릴게임 게임규제 등급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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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게임의 딜레마.
릴게임 코리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배팅게임과 해외 개발사의 심의 등급 규제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게임 등급분류 심사 관련 안내를 하면서 게임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은 게임위가 해외 게임 개발사들도 손쉽게 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촉발된 ‘오해’였다. 게임위가 스팀 측에 해외 개발사들도 쉽게 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열렸으니 공지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것이 ‘게임위가 스팀 인디게임까지 규제한다’고 곡해됐다는 게 게임위 측 입장이다.
게임위가 “스팀 지역제한 등 제재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이번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게임 등급분류와 관련한 국내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문제의 핵심은 스팀에 출시되는 엄청나게 많은 인디 게임이 ‘모두’ 국내 심의를 거쳐야 하느냐는 것이다.
인디 게임 심의에 대한 딜레마는 ‘게임산업법’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는 게임산업법에 따라 국내 유통되는 모든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게임 회사나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모바일 게임은 모두 등급분류 심사를 통과한 제품이 유통돼 문제가 없다. 하지만 스팀에 출시된 인디게임의 경우, 특히 우리나라 유통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글판 서비스’ 게임은 엄연히 따지면 등급분류 심사를 받지 않았다면 ‘불법 게임’이다.
이에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심의를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게임 등급분류가 완전히 민간에서 이뤄지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사례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미(미국·캐나다)는 ESRB에서, 유럽은 PEGI에서, 일본은 CERO에서 게임 등급을 분류하는데, 등급분류 인증을 받지 못한 게임은 소매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등 사실상 유통이 불가능해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자발적으로 게임 등급분류 인증을 신청한다. 법적으로 게임 등급분류를 강제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스팀 게임도 별다른 제재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이다.
릴게임 등급분류 심의 딜레마
릴게임 딜레마
하지만 무조건 게임 등급분류를 게임사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도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애초에 우리나라에 게임 등급분류를 강제한 법 조항이 생긴 것은 지난 2004년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건 때문이었다. 아케이드 게임의 일종인 바다이야기는 일본의 파칭코 게임기를 그대로 따온 사행성 게임으로, 수많은 사람이 재산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정부에서는 게임산업법을 제정하고 게임위의 전신인 게임물 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실제로 게임위에서 단속하는 릴게임의 대부분이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이다.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해 PC 온라인·비디오 게임 307건을 심사했지만,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분류는 511건을 처리했다. 게임위가 심사한 PC 온라인·비디오 게임도 포커, 바둑이, 맞고 등 사행성 요소가 강한 베팅 성 보드게임이 대다수였다.
게임 이용자들의 지적과 다르게, 이미 국내 게임 등급분류 심사가 대부분 ‘민간’으로 옮겨갔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유통되는 게임은 총 3가지의 경로로 게임 등급분류 심사를 받는데, 게임위가 직접적으로 심사하는 게임은 대부분 사행성 게임에 국한될 뿐 실제 현장에서는 민간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현재 PC, 콘솔 게임 중 전체 이용가 및 청소년 이용가는 민간 기관인 ‘게임콘텐츠 등급관리위원회’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도 게임 위로부터 등급분류에 대한 권한을 위탁받아 ‘자체 등급사업자’로 게임 심사를 한다. 정부 기관인 게임위에서는 릴게임 아케이드, 모바일, 성인용, 시험용 게임을 주로 담당한다는 게 게임위의 설명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해에도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나오는데 게임위가 처리하는 것은 그중에 1%가 될까 말까 한다”고 덧붙였다.
따지고 보면 게임 등급분류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독일, 호주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이나 호주의 게임 등급분류 심사는 국가법령에 뿌리를 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독일에서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모든 게임에 대한 사전 심사를 법률로 의무화했고, 게임 등급분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게임소프트웨어 자율심의기구(USK)에 위탁해서 한다. 호주의 경우 1995년 제정된 ‘등급분류법’을 근거로 통신예술부의 등급심사위원회(ACB)가 게임 등급을 분류한다.
다만 일괄적인 사전심사 규제로 인한 부작용도 비슷하다. 청소년에 대한 음란물, 폭력성 등이 담긴 게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USK 등급분류를 통과하지 못한 스팀 게임은 접근이 차단된다. 비슷하게 호주에서도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 게임이 ‘지역 제한(Local Lock)’에 걸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유통되는 릴게임은 실질적으로 건강하게 이용돼야 한다. 게임위 역할은 게임이 원활하게 유통되고 바르게 이용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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